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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알츠하이머 그리고 자살이란 섬에 유배된 슬픈 영혼의 날들

by 마음heart 2011.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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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장의 사진이 주는 느낌들 혹은 이야기들은 길고도 길다.
아버지의 관한 시를 쓰기는 했지만 이렇게 글을 쓰기는 처음인듯 싶다.며칠 전 젊은 여자에게 갑자기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찾아오는 수애 주연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 이 종영했다 들었다.난 일부러 이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다.웬지 작가의 결말이 죽음 그 중에서도 자살이지 않을까라는 짐작으로인해 보기 불편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드라마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역병과도 같은 불행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아버지에게 찾아온 알츠하이머,자식은 항상 뒤늦게 부모님을 바라보게 되는 눈먼 장님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40여년전 자식들을 더 잘 먹이고 더 공부 시키기 위해 전라도 깡촌에서 인천이라는 대도시로 올라 오셨던 그 모험의 순간에도 두려움을 넘어선 삶의 의지가 더욱 굳건하셨을 내 아버지,

지금 시선으로보면 아주 죄그마한 체구셨지만 당시엔 그저 보통이셨을 체구,하지만 웬지 자식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갸날프고 작으셨다.연고 하나 없는 인천이라는 정글 숲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물불 가리지 않고 일을 하셨다.하지만 교육의 환경 속에 놓여있지 않으셨던 많은 우리의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가 할 수 있는 닐들은 그저 육체적인 노동,특히나 아버지는 바닷바람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연안부두에서 하역일을 하시며 자식들을 키우셨다.자신의 몸무게만한 시멘트 하나,하나를 들어 나르셨고 때론 버겨운 노동에 다리를 심하게 다치시기도 하시며 그렇게 수십년을 노동으로 살아오신 분,정년 퇴직이 빨라지는 시대가 다가왔을 때도 환갑에 가까운 연세까지 노동을 하시며 자신의 존재의 증명을 하셨던 분,그렇게 모든 일에 손을 놓고 편히 지내셔도 모자란 아버지의 말년에 아버지는 노는 것이 무료하다며 또 다시 일을 하시기 시작했다.자식들이 힘들다며 말려도 꺽을 수 없는 고집으로 손을 놓지 않으셨던 분,
그런 어느 날 재앙처럼 그런 열정에 찬물을 끼얹듯이 알츠하이머가 찾아왔다.병원에서 고비를 맞이하는 순간마다 스스로를 원망하는 마음과 무사하시길 기도하는 마음이 교차하였고 다행스럽게도 아버지는 우리의 손을 놓지 않으셨다.어머니는 병원이나 요양원은 미덥지 못하다 하시며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오셨다.우리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상상조차 하지 않던 것이었기에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하였다.아버지의 상태는 예전과는 틀렸다.오른쪽 다리와 손은 정상적이지 않았으며 지능은 낮아져 마치 애기처럼 변해 있었다.애달펐던 우리에게서도 처음의 마음이 사라져가고 있었을까?작지만 커다란 산처럼 우리 가족의 버팀목이셨던 아버지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어린 아기와도 같은 아버지만의 존재에 지쳤을까?그것도 아니면 알츠하이머란 병이 갖은 습상 탓이었을까? 어쩌면 평생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사셨을 현실에 대한 아버지 자신의 반역이었을지도 모른다.어느 날 어머니에게로부터 급박한 전화 한통을 받게 된다.아버지가 위급하다는 전화였다.아버지는 응급실로 이미 실려간 상태셨고 만 하루동안 혼수상태였지만 겨우 정신을 차리셨다.의사 말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어조였지만 결국 아버지는 깨어나셨다.

하지만 원인은 알츠하이머의 재발이 아닌 술 때문이었다.혹 어떤 이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께서 엄청난 애주가셨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평상시 아버지는 단 한잔의 소주에도 취하시는 선천적인 알콜 알레르기 셨다.그런 아버지의 옆에 빈 소주 한병이 있었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짐작이 가는 쪽은 단 하나,아버지 스스로 소주 한 병을 다 마시고 생을 정리하려 했다는 생각 뿐이었다.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웬지 슬픔의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그저 왜,왜 이런 일이 한 평생을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 당신에게 오는가 하는 하늘에 대한 원망,혹은 그렇게 자신의 뼈와 살이 다 타들어갈 때까지 사신 아버지의 무지와 사는 것 바쁘다고 나 몰라라 지낸 나 자신에 대한 죄책만이 남을 뿐이었다.칠십 가까운 나이에 자신에게 닥쳐온 알츠하이머란 쳔형의 기막힘에 스스로 소주 한병을 자신의 목젖으로 넘기며 자신에게는 청산가리보다 지독했을 목넘김의 쓰라림이 내게는 느겨져 왔다.우리나라의 남자는 일평생 자신의 뼈까지 가족에게 선사하고 쓸모가 다하면,혹은 필요가 없어지면 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아기와도 같던 아버지의 의식속에 어쩌면 저런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그래서 그것을 지켜본 자식의 가슴은 먹먹하다못해 스라리고 칼로 심장을 후벼파듯 아파왔다.

이제 아버지는 자식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김치~  하면 어색한 미소를 지으시며 부동자세를 지으신다.자식이 찍어주시는 사진에 무척 좋아라 하시는 그 표정이 참으로 해맑다.어찌 이리 사소한 것에도 좋아라 하실까 하는 마음에 무심했던 내 마음이 아려올 뿐이다.어쩌면 이제 아버지는 되돌아오지 않을 청춘의 끈을 가끔 놀러오는 자식들의 걸음걸이에서 추억하고 싶으신지도 모르겠다.

다시 아버지는 일어 나신다.여전히 불편한 몸이지만 잠시라도 운동을 게을리 하시지 않으신다.잠시 잠깐 나쁜 마음을 먹었다고 어눌한 말씀으로 "미안하다.." 목 메인 목소리로 말씀 하실 때 가슴에 커다란 돌 하나 얹은듯 갑갑한 심정이지만 다시 아버지는 일어나셔서 동네를 한바퀴고 두바퀴고 쉴 틈 없이 움직이신다.아버지의 바다에는 아직도 끊임 없이 새들이 움직이고 낡아 보이는 배들조차 살아 숨쉬는 생명일지도 모른다.우리가 생각한것보다 아버지는 살아 움직이고 존재를 증명하시고 싶으신지도 모르겠다.단순히 이제 퇴물이 된 늙은이가 아니라,알츠하이머라는 병마에 걸린 환자가 아니라 남자로써,살아 숨쉬는 존귀한 인격체로써 세상을 향해 움직이려 하시는지도 모르겠다.먹먹한 시선 앞을 가로질러 가시는 세상 단 하나의 존재 나의 아버지..그리고 그 옆의자리를 거드는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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