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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창작집

꼬마 씨앗 이야기

by 마음heart 2011.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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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 씨앗 루폐 이야기

 

 

 

 

 







 

 

 

 

발 빠르고 손놀림 잽싸고 눈치 빠르며 약삭빠른 세상 사람들은 볼수 없는 그런 세상이 있습니다

강가의 금빛 물고기들과 공기속을 노니는 지빠귀의 달짝 지근한 노랫소리,바람끼 많은 꽃들과 희롱하는 작은 벌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의 뱃속 처럼 아늑한 숲에 옹기 종기 모여서 서로 다투지도 미워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사는 세상이 있습니다

이 작고 고요한 숲에 호기심 가득한 루페라는 꼬마 씨앗은 늘 따분하고 심심했어요. 

그런 어느날 떠돌이 바람이 숲 속 너머의 세상을 이야기 해주었지요.


 

"루페야, 난 좀 있으면 떠날 건데 같이 가지 않으렴..? 

 

바람의 꼬임에 넘어간 꼬마 씨앗 루폐는 숲 너머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꼬마 씨앗 루폐에게 숲은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이었기에  떠돌이 바람이 들려주는 숲 너머의 세상은 호기심 반 ,흥분 반으로 가슴에 두근 반 세근 반 방망이질 치기하기에 충분했거든요.

루페가 숲을 떠나던 날 숲 속의 식구들은 걱정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루페를 격려해주었습니다

 


" 루페야, 조심하고.."

"세상을 둘러 보고 이야기 해줘야되..몸 조심하고"

 

민들레씨며 다람쥐군이며 땀 뻘뻘 흘리던 개미 일군까지 애써 근심 어린 표정을 숨기며 격려하자 씩씩한 목소리로 루페는 외치었죠

 

"걱정하지마.세상 모두를 이 두 눈에 담고 숲에 돌아 올테니까.."

 

루페는 그렇게 숨을 떠나갔습니다. 동무들을 멀찍이,멀찍이 뒤로하고서,

바람의 등을 타고 그렇게 하늘 밑에서 바라다본 숲은 너무도 작고 숲 너머의 세상은 너무나 넓어서  자신이 어느곳을 가던지 더 멋진 삶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습니다

사막의 모래 파도를 헤치고 햇님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서 몇날 몇칠을 그렇게 고단한 길을 떠나오고 나서야 루페와 떠돌이 바람은 새로운 세상에 도착할수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푸른 나무보다  크고 더 웅장한 금빛 나무가 대지를 굽어 보고 있었고 작고 귀여운 지빠귀의 울음소리 대신 크고 넓은 하늘을 뒤 덮을듯한 거대한 새가 굉음을 울어대며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루페에겐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것도 있었습니다

맨발로 대지를 딛고 서있으면 땅의 호흡이 발가락을 통해 폐부 깊숙이 까지 전해져 오는 황토 내음 대신 붉고 뜨거운 용암이 백만년의 세월동안 차가운 주검으로 변한듯한 검고 칙칙하며  메케하고 이상한 냄새까지 나는 땅은 루페에게는 고역이었습니다

사납게 이웃을 못살게 구는 호랑이나 여우는 없었지만 바위보다 단단한 몸통을 네개의 동그란 바퀴에 의지하며 치타보다 더 빠르게 달리며 가끔가다 포효하는 녀석도 있었고 신기한것은 네모난 상자에서 사람들이 자기들끼리만 얘기하면서도 루페가 말을 걸면 통 상대를 해주지 않는것이었습니다

낯선 세상에서 루페는 몇날 몇칠을 구경하며 돌아다니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그 세상은 멋지고 휘황 찬란하여 낮과 밤이 따로 없었고 일년내내 먹거리 걱정없이 살아가는듯하여 루페는 아마도 이곳이 어른들이 말하는 천국이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숲의 친구들을 이곳으로 모두 불러오면...모두 좋아하겠지!!

 

 

떠나 버린 바람을 그리워할 틈 없이 꼬마 씨앗은 의욕이 충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루페는 얌이라는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얌은 사람들에게 쫒기는 중이었습니다

루페는 자신이 보고 들은것을 얌에게 말하며 자신의 친구들을 데려오겠다 말하자 얌은 코웃음치며 루페가 너무 어리석다는듯이


 

 

"꼬마씨앗아,

니가 뭘 봤는진 모르지만 저 인간들이란 지들이 먹다 남은 찌꺼기 조차 우리에게 주는 걸 아까워한다고,아니, 꼭 그런것이 아니라해도  눈에 보이는것이 전부가 아냐! 좋아 만약 내가 보여주는것들을 보고서도 이곳에서 살고 싶다면 그래보렴"

 

"얌. 대체 뭐 때문에 그래?

 

" 나만 따라다녀.루페가 보았다는 세상 이외의 것을 보여 줄테니.."

 

자신 만만한 목소리의 얌을 루페는 조심스레 바라보며 얌이 안내하는 발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얌이 루페를 데리고 다닌곳은 루페가 보던 휘황찬란하고 멋진 곳이 아니라 더럽고 음습한 뒷골목이었습니다


그곳에는 빌딩을 짓기위해 가난한 이들을 쫏아내어 거지가 된 이들이 있었고 아픈 자, 돈이 없어 굶어가는 자들이 득실거렸습니다

루페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숲에서는 모두 부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굶고 아픈 이들을 내버려 두지도 그렇게 만들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천국이라 생각한곳의 또다른곳에서는지옥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요

 

"얌, 이상해...어쩌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거지..??

 

"루페야, 우리 상식으로 이 세상을 보면 안되?

이 세상은 가진 자는 계속 가지고  못 가진자는 죽울때까지, 아니 그 아들의 아들까지 계속 가난을 되물림 받아 이 세상에서 가난하면 그것이 지옥이야 . 그리고  못가지고 가난한자들이 이 세상의 절반이 넘어 그래도 이 세상이 천국으로 보이니?

 

루페는 혼란 스러워 아무말도 할수 없었습니다.몇날 몇칠을 식음을 전폐하나 싶더니 곧 병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얌이 걱정스러운듯 여기 저기서 모은 음식들을 가져다 주었지만 루페는 아무것도 입에 넣지 못하고 앎아 눕기 시작했습니다

루페는 꿈속에서 자신이 떠나온 숲이 자신만의 천국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노래하는 새들과 푸른 잎사귀로 장난질하던 친구들도 그리워졌습니다.

루페가 앎아눕기 시작한 날로부터 몇날 몇칠 빗님이 땅에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빗님이 가시고 햇님이 다시 지상에 내려오자 루페는 결심하였습니다. 이곳을 떠나기로

 

"얌. 그동안 고마워 난 이곳을 떠나기로 결심했어"

 

"루페. 그건 불가능해 ...넌 떠날수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난 다시 숲으로 돌아갈꺼야!

 

'루페 발밑을 봐 ...

 

루페는 얌의 말대로 자신의 발밑을 바라보고 질겁 했습니다.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바닥을 뚫고 루페는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고 있던겁니다

 


 

 

 

 

외눈박이 도깨비 이야기

 

 

자기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사는 흉직한 외모, 외뿔에 외눈에 외다리의 도깨비가 도시에서도 숲에서도 한 참 떨어진 외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친구조차 없다는 말은 진부하니 생략하고, 이 외눈 도깨비는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이름조차 없었지만 작자인 저는 불러줘야할 의무와 사명이 있으니까


음, 뭐가 좋을까...꼬비라 부르도록 하죠(흉직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겠지만 이름만이라도 아름다워야 덜 서운할테니까요)

꼬비는 손재주가 아주 좋아 뭐든지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마치 도깨비 방망이로 두드리듯이 꼬비 손에만 들어가면 뚝딱 하고 뭐든지 만들어 졌습니다

꼬비 역시 호기심이 가득해서 어릴적에는 세상을 보려 흉직한 외모를 감추고 해가 달이 되고 강물이 바다로 이어지며 산이 들판이 될때까지 세상을 돌아다녔습니다

세상을 돌아 다니는 꼬비의 시선에 세상은 남다른 것이었지만 숨겨진 꼬비의 외모에 세상은 손가락질하고 배척하며 놀려댔습니다

꼬비의 마음속에는 증오심이 심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마음은 겉으로 표출되어 누구도 꼬비를 곁에 두려고도 하지 않았고 꼬비도 사람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꼬비에게도 사랑이 찾아 왔습니다

흉직한 외모대신 꼬비 마음속에 깊숙히 숨겨진 착한 마음씨를 끄집어 내어준 천사같은 소녀 부기가 밤 하늘의 별똥별이 가슴에 들어오듯 그렇게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조그만 바닷가의 어부의 딸인 소녀 부기는 아버지가 잡아온 물고기를 꼬비에게 먹여주는 것을 제일 좋아하였고 꼬비가 들려주는 풀피리 소리를 들으며 행복해했습니다.소녀 부기는 세상에 채이고 상처입은  꼬비에게 세상으로부터  닫아논 마음의 자물쇠를 열어줄 열쇠와 같은 존재 였습니다

꼬비의 마음이 폐쇄된 공간에서 세상으로, 소녀에게로 조금씩 열리기 시작할즈음 시커먹고 커다란 태풍이 꼬비의 행복을 앗아갔습니다

들풀보다 여리고 작은 바람에도 쉽게 꺽이는 소녀 부기는 태풍의 거센 소용돌이와 검은 먹구름을 닮은 성의 탐욕스런 영주의 아가리속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렸고 그렇게 꼬비의 짧은 사랑과 행복도 아스라지고 말았습니다.

외눈박이 도깨비 꼬비는 다시 방랑의 길을 떠났습니다

꼬비가 늙고 지쳐 더 이상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때 외눈박이 도깨비 꼬비는 어느 낯선 도시에서 천년의 세월을 도시를 굽이 굽이 내려다보듯 우람하면서도 우아한 한 나무를 만났습니다

한 여름날의 소낙비가 둘을 이어줬지요.

빗줄기를 피해 나무의 둥지로 들어온 꼬비에게 나무는 친절히 비를 가려주고 편안한 휴식을 주었습니다.

포근한 느낌이 너무 좋아 꼬비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물며 자신이 만든 악기로 음악을 켜며 공기를 춤추게 하고 도시에서 사라져간 새들을 불러모았습니다

금새 꼬비와 나무 주위에는 지쳐 쓰러져가던 도시의 동물들이 모여들었고 밤낯이 지나가도 꼬비의 음악소리는 멈출줄 몰랐습니다

꼬비가 노랫소리를 멈추고 다시 길을 떠나려하자 새들과 동물들이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꼬비는 떠나려는 발길을 멈출수는 없었습니다

 

 

"꼬비님, 꼬비님,

꼬비님의 그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영원히 제 가슴에 담고 싶어요'

 

그동안 친구가 되어 버린 거대한 나무가 꼬비를 붙들며 자신의 소망을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루페님, 어째서..그건 힘들답니다

저는 이제 늙고 힘 없어서 몇칠만 노래하고 춤춰도 이리 기운도 없고 수명은 몇칠씩 단축 되거든요'

 

늙었지만 우아하고 든든한 나무는 바로 꼬마 씨앗 루페였습니다. 숲을 떠나 세상을 보려하던 루페는 도시의 구석진 아스팔트 위에 뿌리를 내리고 오랜 세월을 한 곳만을 지켜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루페의 심장은 아직까지 뜨거워 꼬비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면서 다시 부푼 희망을 안기 시작하였습니다

 

 

 

" 꼬비님,전 발이 없어 꼬비님처럼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줄순 없지만

이곳에서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 친구들을 불러모아  한때 사람들을 시원하게도 해주고

겨울에는 심술맞은 동장군님의 매서운 추위를 막아주기도 하지요

하지남 그것만으로는 뭔가 허전해요.

저도 옛날 숲의 친구들에게 꼬비님처럼 아름다운 음악소리로 지나간 옛 이야기를

들려주며 

좀더 깊은 위안이 되어 주고 싶어요.

그렇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외눈박이 도깨비 꼬비는 한 눈으로 찬찬히 대지에서 하늘까지 쭈욱 뻗어있는 루페를 바라보았습니다

도시에서는 쓸모 없이 버려진 나무 였지만 꼬비의 눈으로 보니 그 나무는 세상 어떤 보물보다 휼륭한 나무였습니다

 

"루페님, 전 루페님을 세상에서 가장 휼륭한 악기로 만들 재주가 있어요

하지만 그건 루페님이 죽어야 가능하답니다

전 루페님이 언제나 그곳에서 편안하고 포근한 휴식이 되어주셨으면해요"

 

"꼬비님, 전 오랫동안 이곳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했어요

이젠 제 스스로 사람들에게 행복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요

지금 그것을 해줄수 있는건 꼬비님 뿐이세요...제발 절  아름답게 죽을수 있도록 해주세요'

 

 

꼬비는 루페의  진심을 알수 있었습니다. 세상 어느곳에서도 울려퍼질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고 싶어하는외눈박이 도깨비와 자신의 몸을 부셔서라도 영원히 의미있게 살기를 바라는 나무이고 싶어하는 루페의 마음을....


 

"알았어요..그렇게 해드릴께요 루페님,

'고마워요, 꼬비님..정말 고마워요"

 

꼬비는 혼신의 힘을 다해 세상 어느곳에도 없을 피아노의  선율을 만들고 싶었어요. 꼬비의 일념은 루페의 심장 곳곳에 전해졌고 루페의 마음은 꼬비의 가슴 곳곳에 울려 퍼졌지요

그러나 쉽사리 완성되는게 어디 있겠어요. 피아노가 된 루페는  자꾸 벙어리가 되어 노래를 부르지 못했어요. 크게 낙담한 꼬비가 달빛속에서 눈물을 흠치며 포기하려 할때 어딘가에서 불어온 바람 한줄기에 부기의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

 

"꼬비야, 포기하자 말아

루페가 하려 한 마음, 꼬비가 하려 한 마음 다 같은 거란다

서로 떨어져서는 결코 하나의 마음이 되지 않아.."

 

 

 

그제서야 꼬비는 알수 있었습니다. 벙어리가 되어 노래하지 않는 피아노가 된 루페를 만지작거리던 꼬비는피아노에 자신의 영혼을 불어 넣었습니다.꼬비의 추억 가득한 영혼이 루페속으로 들어 가자그러자 거짓말같이 청아하고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이 질퍽하고 낮은 곳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새가 날개를 퍼득이며 세상곳곳을 누비듯이 피아노의 노랫소리는 세상 곳곳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워 뒤도 돌아보지않던 도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고

땅 속을 드나들던 두더쥐며 구름위를 날아다니던 새조차도 사랑의 환희를 맛보았고

어둡고 빛이 들지 않는곳까지 루페의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고 머물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습니다

 

 

 

 

 

가끔 피아노가 된 나무 루페와 외눈박이 도깨비 꼬비가 들려주는 노랫소리는 마음을 닫아버린 이들의 귓가에는

천둥과,바람,노여움과 질시의 선율이 되어 가만히 영혼을 일깨우듯 삭막해진 가슴에 영혼을 불어 넣어준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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