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그릴 수만 있다면..
나의 달리기는 아직도 진행형,
내가 달리기 시작했을때 바람의 키스가 살갖을 애무한다.그곳엔 오로지 공기와 나의 자유뿐,
아주 작은 아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이마에 송글거리는 땀방울을 닦을새도 없이 바람과의 마찰에 힘겨운 승부를 하던 그때의 바람은 어쩌면 살아갈 나날들의 전쟁같은 총성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달릴때 행복과 자유를 느겼던 아이, 달리기 시작했을때 바람의 키스가 살갖을 애무한다. 두 다리가 달리는 공간속에 오로지 자신만의 느낌 가득한 바람과의 동행, 그렇게 대초원보다 훨씬 드넓은 초등학교 운동장을 한바퀴,한바퀴,돌고 또 돌면 심장은 터질듯 아파와도 영혼은 한마리 새처럼 자유로움을 느끼던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 내 심장은 늙어 버렸다.
생각해보면 내 어린시절에 유독 달리는것을 좋아하던 친구들과 땡볕에서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다못해 흐르고 흐르던 땀이 말라 허연 소금꽃이 피어날 때까지 뛰어놀던 아이들, 그렇게 운동장을 수놓던 아이들이 하나,둘 스카웃 당하여 떠나갈때의 허전함을 다시 달리기로 풀어 버렸다 핸드볼을 하러 간 말수 적고 수줍은 많던 그 아이,농구부로 간 크만 크다고해서 멀대,전봇대로 불리던 까무잡잡하던 아이, 전라도 시골서 올라와 놀림받던 순박하지만 날샌돌이처럼 째빨랐던 아이는 배구부로 갔다.어느순간 남은것은 우리들 노는 것을 바라보기 좋아하던 글쓰기 좋아하던 얼굴 하얀 너무나 곱던 아이와 달리는 것 하나만 좋아하던 나라는 아이, 친구들과 뛰놀던 공간을 혼자서만 달려야 한다는 것이 못내 서러웠지만 그래도 달리고 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덩치 크고 까무잡잡한 하지만 인상은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했던 육상부 코치가 와 내게 같이 뛰자고 제안해왔다. 달리고 달리다 보면 온 몸의 에너지가 고갈된듯 기운이 없었다.집에가면 너무 가난하여 보리차 한컵 벌컥 들이 마실 수밖에 없는 현실에 라면이며 빵을 실컷 먹게 해준다는 말에, 그리고 같이 달릴 수 있는 친구들이 생긴다는 말에 그 어떤 고난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난 응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상하게 난 심장이 깨질듯한 극심한 고통의 달리기를 이상하게 즐겼다. 내가 달리던 리듬에서 벗어나 좀 더 빠르게 달려야했던 육상부의 기억은 바람과의 교감이 아니라 바람과 투쟁하고 견디어야 하며 극복해야하는 대상이었다. 고통을 참는 법을 알았지만 점점 바람이 따라오는 길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귓전을 맴도는 윙윙거림이 너무나 거북해지기 시작하였고 발은 땅을 박차고 날아 오르지 못했다. 이제 내가 바라보는 것은 미지의 세계와도 같던 결승선이 아니라 아이들의 등이 되어갔다.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전국체전 예선전에서 난 거대한 건물과 트랙에 주눅이 들어 버렸다. 바람처럼 달리던 두 다리는 땅에 뿌리내린 고목처럼 움직이질 않았고 바람들은 나를 쏜살같이 지나 결승선을 향해 바삐 움직였다. 결국 결승선에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난 영문을 알 수 없는 설움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었다. 코치가 나를 위로라도 하려는듯 다가왔다.무척 반가운 마음이었지만 코친\의 얼굴은 울그락 부륵락 하며 내게 고함을 쳤다. 기억나지도 않는,하지만 몹시도 모욕적인 말들이 기관총처럼 코치의입에서 따방총처럼 쏟아져 나왔다. 내 머릿속은 온통 하얀 눈밭에 파묻힌듯 멍한 느낌뿐이었고 그 날이 후 난 달리지 않았다. 먼훗날, 그때 운동을 하러 간 친구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채로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던 친구들,그리고 유일하게 농구 국가대표 부동의 센터가 되어 올림픽을 경험한 멀대,전봇대로 불린 그 아이만이 가장 높은 곳을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달리면서 가장 높은 곳을 보려고 하진 않았다.달리는 것이 가장 좋았었다. 이제 내 심장은,두 다리는천미터만 달음박질하여도 버겨워한다. 그래도 난 바람이 전하는 그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한채 세상속에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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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난 바람의 아우성을 바라보고싶다!
우리나라에서 100미터를 가장 빠르게 달리던 스프린터는 서말구의 10초 34였다. 무려 31년간 한국 육상계를 지배한 이 기록은 지난 2010년 김국영이 기어코 깨뜨리고 말았다. 그때의 기록이 10초31, 결선에선 초속 2미터(기준 풍속 상한선)의 뒷바람의 도움을 받아 10초 23을 기록했다.단 0.001초를 단축하기위해 스프린터는 수만번의 채찍을 가하여 자신을 내달린다. 끊었던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며 내 첫 장벽은 12초를 내달리던 한 친구였다. 12초대를 끊던 한 친구를 따라잡기 위해 나를 죽어라 다그치던 시절,난 재능과 열정의 사이에서 깊은 고뇌를 반복하던 날들이 떠오른다.결국 그 친구를 이겼을때의 기쁨이란, (여담이지만 그 친구는 단거리를 주로 뛰었고 난 장거리를 주로 뛰었다.영역이 전혀 틀렸지만 어린 시절에야 뭔든 될 것만 같던 때니까)
이 재능 넘치는 젊은 피의 질주는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하지만 세계속에 오버랩하면 너무나 초라해져 만 가는, 하지만 그것이 김국영의 탓만은 아니다. 31년간 제자리가 아닌 뒷걸음질한 육상계의 문제일 뿐이다.세계를 지배하는 100미터 최고의 스프린터는 누가 뭐라고해도 번개처럼 빠른 "라이트닝 볼트" 우사인 볼트Usain Bolt 이다. 김국영이 바람의 도움으로 얻은 한국 신기록 10초 23은 이미 우사인 볼트에게는 몸풀기 수준이다. 그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보였을때의 충격이란,2008년인가?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국제육상경기연맹(lAAF) 리복그랑프리에서 9초72로 맨 처음 결승선을 끊었고 베이징 올림픽 남자 100미터 결승에선 9초69로 또다시 세계 신기록을 앞당겼다.암튼 이 경이로운 스프린터는 이후로도 100미터 기록을 9초58로 다시 경신하였고 200미터 역시 19초30의 세계기록 보유자이니 넘사벽과도 같은 존재라는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한국의 스프린터가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과 달려 그들의 등이나 번호표가 아니라 어깨를 맞닺이고 귓볼을 바라보며 달렸으면 하는 소망도 가져본다.
우리나라에서 육상은 비인기 종목이다.세계적인 피겨여왕 김연아도,메이지리그의 대표적인 5툴플레이어로 성장한 추신수도 기초적인 체력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다. 그 어떤 스포츠 스타라 해도 육상을 근간으로 삼지 않고 재능만으로 클 수는 없다. 그나마 우리 나라에서 금메달 리스트가 자주 배출된 (물론 그것도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와 이봉주가 근간이 되어 가능하지만) 마라톤 덕분에 방송을 타고 있지만 육상은 재미 없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자리한다.
여자 허들에는 우리 나라 최강자 이연경의 존재가 독보적이다. 그녀는 13초23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 기록 12초 21과는 0.98의 간격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쟁 경기인 육상에서 기록이 가지는 의미는 상황마다 틀려진다.여자 허들의 세계기록 같은 경우 23년째 깨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절대적인 강자도 없는 춘추전국시대와 같다고나 할까, 허들은 100미터의 스피드한 재미와 허들을 뛰어 넘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스릴이 동시에 존재하는 재미난 육상 경주이다. 넘사벽과도 같은 남자 100미터와는 다르게 아시아 선수들도 유독 두각을 나타낸 종목이기에(기억이 맞다면 대만선수 지정인가가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여자 허들은 늘 조바심과 기대를 품게하기도 한다.
미녀새, 여자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
대구 달구벌에서 벌어지는 2011년 대구 국제 육상경기에 출전 하는 우리 나라 선수단의 목표는 소박할 정도이다. 10개 종목에 결선 진출자 10여명을 배출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표를 보다시피 우리 육상계의 대들보들과 세계 육상과의 차이는 비참할 정도로 멀고도 먼 사이지만 황무지에서 기적처럼 김연아와 같은 선수가 나왔듯이(솔직히 로또 복권과도 같은 현상이 몇번이나 벌어지리라 기대하는 심리가 도둑놈 심보지만) 그럼에도 기대 아닌 기대는 매년하게 되는 것 같다.
메달권을 목표로 하기엔 우리 나라의 육상 환경이 너무나 척박하기에 소박해 보이는 이 꿈조차 힘겨운 목표로 보일 정도이다. 세계선수권의 전초전이기도한 2011년 대구 국제 육상경기는 개인적으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더 흥미 진진하지만 많은 이들은 아직 그 매력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도 65억 명이 시청한다는 육상 대회를 직접 가서 관람했으면 하는 소망도 있지만 비록 가서 관전을 할 수 없다 하여도 내 마음의 고향처럼 든든한 후원군이 되고 응원군이 되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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