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萬行:떠나는 이들의 용기

 

 

 

 

 

 

 

 

 

 

 

 

 

 

 

얘야,어디를 그리 가느냐?

 

 

 

 

 

 

 

바람이 속삭이듯 물어왔다.

그 무슨 바람의 인연으로 고개를 넘는 고비 고비마다 

다시 만날 줄 어찌 알았겠냐만은,

이마에 송글거리는 땀방울 닦지도 않은채,어깨에 놓인 짐이 버겨워도

쉴 틈 없는 발길로 지리산 둘레길보다 더 험난한 여정의 길목에서

나를 보고 방긋 웃는 얼굴들..낯 익은 듯 낯선 얼굴들

 

 

 

한 여름날의 말벌같은 햇볕이 괴롭힐 때도 발가락에 진물이 생겨

이름 모를 나무 아래 지친 몸을 널브러지게 누우고 다시 가야할 길과

뭉게 구름 가득한 하늘을 바라볼때도 누군가 어디를 그리 쉼없이 가느냐고 물어 왔었다.

알지 못했다.그래서 대꾸할 수 없었다.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길을 떠나면 알 수도 있을거라는 막연함만으로 길을 떠나고 싶었다.

 

 

 

어릴적부터 가족이라는 공간에 속한채로 세상이 원하고 이끄는데로 살아온 길

그 길 위는 아스팔트처럼 매끈하였다.아무도 쳐다 보지 않는 ,

황토길,비탈길은 누가 가기나 할까?라며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숨 막히는 삶의 공기에 갑갑해 잠시의 일탈로 숲길을 걸어 보기도 한다.

어머니의 품처럼 정겨운 그 길 위에서 바랑 하나 들쳐 맨 스님

너그럽고 여유로운 미소로 합장한다.

뭘 그리 어깨에 힘겨이 들쳐 매셨소..!!작은 바랑 하나 들쳐 맨

스님의 어깨는 참으로 가벼워 보인다.스님의 마음 여행길은 어떠 합니까?

 

 

물어도 웃기만 하신다.수천 길을 달려도 족쇄에 채인듯 늘 제자리 걸음뿐인 발길을 아는지..

 

 

 

 스님,스님, 내 어깨에 놓인 짐이 너무 무겁소..좀 거들어 주오

근심 가득한 얼굴로 재촉하며 시름 한 덩어리 풀어 놓으니

사람 그리웠다는 표정으로 기꺼이 들어 주신다.염치 없게 산사 풍경소리에 바람 소리에 

홀가분하게 내려 놓고 도망치듯 돌아 와도

또 다른 근심이 우편 엽서처럼 우체통에 차곡 차곡 쌓여 있다.

 

 

 

강물을 담은 저 구름 구름이 뭐 아쉬워

구름을 안은 저 강물 강물이 뭐 아쉬워

한곳에 머물며 썩어가겠는가

수백 수천의 갈래의 길 위에서도

자신이 보고 들은 길 위로만 가려할뿐

그저 한곳에서 회오리치며 복잡한 심사 이루는건

우리네 인생뿐이라...

 

 

 

 

 

얘야,아직도 거기서 뭐하는게냐?

 

 

 

 

스님,스님 용기가 나질 않아요.무서워서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질 않아요

거칠어진 손을 내밀어 주는 그 손 인자하게 웃는 미소뒤로 햇살은 찬란하건만

내가 저 내민 손을 잡고 내 의지로 내 용기로 걸음을 옮겨야 함을 알면서도

떠나가지 못하는 마음..그 마음이 아직도 내 안에 작은 족쇄로 가득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