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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eling

황무지/죽은자의 매장

by 마음heart 201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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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트란 수확기 1999년>


 

 

 

 

 

 

 

 

 

 

 

 

 

 

 

 

 

 

한번은 쿠마에서 나도 그 무녀가 조롱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지요. 애들이

"무녀야 널 뭘 원하니?" 물었을 때 그네는 대답했지요. "죽고 싶어"1)>

 

 

                            보다 나은 예술가2)

                            에즈라 파운드에게

        

 

 

 

1)  이 제사題詞는 1세기 로마 네로 황제의 궁정 시인이었던  페트로니우스(*[Gaius Petronius Arbiter, 20~66])의 <사티리콘Satyricon>(*[악한소설의 원형] luftweg) 48장 <트피말키오의 향연>에서 인용한 것으로, 술 취한 김에 주인 트리말키오가 신기한 이야기를 해서 술친구들을 압도하려고 하는 장이다.

  희랍 신화에서 무녀Sybil는 앞날을 점치는 힘을 지닌 여자이다.  특히 희랍의 식민 도시였던 이탈리아의 쿠마의 무녀는 유명했다. 그네는 아폴로신에게서 손안에 든 먼지만큼 많은 햇수의 수명을 허용받았으나 그만큼의 젊음도 달라는 청을 잊고 안 했기 때문에 늙어 메말라 들어 조롱 속에 들어가 아이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죽음보다도 못한 죽은 상태의 황무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2) <보다 나은 예술가>는 단테가 <신곡神曲> (연옥편) 26장에서 12세기 이탈리아 시인 다니엘을 찬양한 문구, 혼란 상태에 있던 <황무지>의 초고를 에즈라 파운드가 약 절반의 길이로 고쳐준 데 대한 감사의 찬사이다.

 

 

 

 

 

 

1. 죽은 자의 매장1)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2)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버거 호湖3)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4)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이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 태공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주었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5)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이 웅켜잡은 뿌리는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인자여, 너는 말하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6)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7)

그것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8)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 바위아래 그늘이 있을 뿐9)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10)

           <바람은 상쾌하게11)

            고향으로 불어요

            아일랜드의 님아

            어디서 날 기다려 주나?>

"일년 전 당신이 저에게 처음으로 히아신스12)를 주었지요

다들 저를 히아신스 아가싸라 불렀어요"

----하지만 히아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한아름 꽃을 안고 머리칼 젖은 너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하고 눈도 안 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적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13)

 

유명한 천리안 소소스트리스 부인은14)

독감에 걸렸다. 허지만

영특한 카드15) 한 벌을 가지고

유럽에서 가장 슬기로운 여자로 알려져 있다.

이것 보세요. 그네가 말했다.

여기 당신 패가 있어요. 익사한 페니키아 수부16)군요.

(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17)

이건 밸라돈나,18) 암석의 여인 수상한 여인이예요.

이건 지팡이 셋 짚은 사나이,19) 이건 바퀴20)

이건 눈 하나밖에 없는 상인21)

그리고 아무것도 안 그린 이 패는 그가 짊어지고 가는 무엇인데

내가 보지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교살당한 사내의 패22)가 안 보이는군요.

물에 빠져 죽는 걸 조심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

또 오세요. 에퀴톤 부인을 만나시거든

첱궁도를 직접 갖고 가겠다고 전해 주세요.

요새는 조심해야죠.

 

현실성 없는 도시23)

겨울 새벽 갈색 안개 밑으로

한때의 사람들이 런던교24) 위로 흘러간다.

그처럼 많은 사람을 죽음이 망쳤다고 나는 생각도 못했다25)

이따금 짧은 한숨들을 내쉬며

각자 발치만 내려보면서

언덕을 넘어 킹 윌리엄 가26)를 내려가

성聖 메어리 울노스 성당이27) 죽은 소리로

드디어 아홉시를 알리는 곳으로.

거기서 나는 낯익은 자를 만나

소리쳐서 그를 세웠다. <스테슨28)

자네 밀라에 해전29) 때 나와 같은 배에 탔었지!

작년 뜰에 심은 시체에 싹이 트기 시작했나?30)

올해엔 꽃이 필까?

혹시 때아닌 서리가 묘상苗床을 망쳤나?

오오 개를 멀리하게, 비록 놈이 인가의 친구이긴 해도31)

그렇잖으면 놈이 발톱으로 시체를 다시 파헤칠 걸세!

그대! 위선적인 독자여! 나와 같은 자 나의 형제여!32)

 

 

 

 

 

1) <죽은 자의 매장>은 영국 정교의 매장성사에서 나온 것임

2) 가사假死 상태를 오히려 원하는 현대의 주민들에게는  모든 것을 일깨우는 사월이 가장 잔인한 달일 수 밖에 없다. 초서(1343~1400)의 시 <켄터베리 이야기>에서는 사월에 주민들이 성지 순례를 떠나지만 황무지의 주민들은 윗 시의 8~9행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쾌락의 관광 여행을 떠난다.

3) 뮌헨 근처에 있는 호수. 휴양지로 유명함

4) 뮌헨에 있는 공원

5) 마리 마리슈 백작 부인의 <내 과거>가 8~18행의 기조를 이루고 있음은 밝혀진 사실이지만, 여기서 마리를 특정인으로 볼 필요는 없다. 8~18행은 휴양지에서 상류사회 사람들이 하는 의미 없는 대화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6) 구약 <에스겔> 2장 1절, "그가 내게 이르시되 안자야 일어서라. 내가 네게 말하리라." 엘리엇의 원주.

7) <에스겔> 6장 6절 "너의 우상들이 깨어져 없어지며" 참조

8) <전도서> 12장 5절 노년의 적막을 말하는 곳 "그런 자들은 높은 곳을 두려워할 것이며 길에서는 놀랄 것이며 살구나무가 꽃이 필 것이며 메뚜기도 짐이 될 것이며 원욕이 그치리니" 참조. 엘리엇 원주.

9) <이사야> 32장 2절 "(의로운 왕은) 광풍이 피하는 곳, 폭우를 가리우는 곳 같을 것이며 마른 땅에 냇물 같을 것이며 곤비한 땅에 큰 바위 그늘 같으리니"  참조 여기서 (의로운 왕)은 예수를 예언한 것으로 풀이됨.

10) 제사의 주 1) 참조.

11)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1막 5~8절  사공의 아리아. 엘리엇 원주.

12) 히아신스 꽃은 풍요제에서 부활한 신의 상징이다.

13) <트리스탄과 이졸데> 3막 24절 이졸데가 배가 오나 살펴보던 목동이  죽어가는 트리스탄에게 하는 말. 엘리엇 원주.

 

14) 울더스 헉슬리의 소설< 크롬 옐로우> 27장에 가짜 점쟁이 마담 세소스트리스가 등장.  이집트식 이름. "독감에 걸렸다"는 이 부분에 아이러니를 줌.

15) 점쟁이들이 사용하는 태롯카드는 모두 78장으로 되었으며 풍요제와 민화에 기원을갖고 있다. 엘리엇의 원주에 의하면, 자신은 태롯카드의 구성을 잘 모르며 편의에맞추어 변형시키기도 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영특한 카드>에서 <요새는 조심해야죠>까지 나오는 상징들은 1 의식의 타락,  2 원형적 상징물의 해석이 모호함. 3 정신 구조를 파헤치기 위한 열쇠가 되는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16) 풍요신의 한 전형. 여름의 죽음을 상징하기 위해 매년마다 그를 본뜬 상을 바다에 던진다. 

17) 섹익스피어의 <템페스트> 1막 2장, <에어리얼의 노래>에서 인용. 익사한 자의 눈이 진주로  변했다고 함으로써 놀라운 바다의 변화력을 보여 주고 있다.

18) 이탈리아어로 미인, 마리아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다빈치가 그린 암석의 마돈나를 생각하라) 벨라돈나라는 이름을 지닌 눈 화장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수상한 여인이 되어 제 3부의 여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19) 테롯 카드에 나오는 인물. 엘리엇은 그를 멋대로 어부왕과 연결시켰다고 원주에서 밝히고 있다.

20) 운명의 바퀴

21) 프로필이기 때문에 눈 하나만 보인다. 제 3 부 상인 유제니티스와 연결.

22) 태롯 카드에 나오는 인물, T형의 십자가에 한쪽 다리로 매달려 있음. 식물의 재생을 위해 살해당하는 신을 상징함.

 

23) 보들레르의 시 <노인 일곱 사람> 참조

24) 탬스강에 놓인 다리. 런던 주택가에서 상업 중심가로 가려면 건너는 다리

25) 단테의 <지옥편>, 3장 55~57행 참조.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사람의 무리. 보들레르를 논하는 자리에서 엘리옷은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상태보다는 차라리 악한 것이 낫다고 말함. 다음 2행은 단테의 <지옥편> 3장 55~57행 참조.

26) 런던 교를 건너면 나타나는 길. 금융 중심지로 들어간다.

27) 킹 윌리엄 가에 있는 성당 이름, 건축가 렌이 설계한 성당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한다고 엘리엇은 원주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오전 9시는 런던 교를 건너는 군중들의 사무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28) 아마도 흔한 사업가의 이름

29) 제 1차 포에니 전쟁(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의 해전. 제 1차 세계대전처럼 포에니 전쟁도 경제적  문제로 발생한 것이다.

30) 고대 풍요제에서 신의 형상들을 들에 묻었다. 그 풍요제가 정원 가꾸기로 바뀌었다.

31) 엘리엇의 원주에 의하면 존 웹스터의 비극 <흰 악마> 5막 4장에서 코어닐리어의 조카, 무덤 없는 비정한 시체들을 위한 노래. "하지만 인간의 적인 늑대들을 조심하시오. 발톱으로 다시 파헤치리니"에서 <늑대>를 <개>로 <인간의 적>을 <인간의 친구>로 바꿈. 이 이미지는 풍요제의 궁극적 속화를 보옂기도 한다. 즉 신이 뒤뜰에 묻혔다가 개가 파내는 물건들로까지 된 상태.

32) 엘리엇의 원주. 보들레르의 <악의 꽃>서시 "독자에게"의 마지막 행. 보들레르처럼 앨리엇도  독자에게 충격을 주어 적극적으로 시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는 뜻도 있고, 독자까지 공모자로  만드려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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