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댄 퍼잡스키의 작품에서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만나다
댄 퍼잡스키의 드로잉에서 무소유를 발견하다!
서울 평창동을 휘적 휘적 걷다보면 온갖 미술관들이 모여 붙어있는 곳이 나온다.그렇게 미술관 곳곳을 아이쇼핑하다보면 목적지였던 토탈미술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시간을 내어 도착한 이 날은 컨디션이 몹시도 않좋았던 기억이 생생하다.전시장을 둘러보고선 차 안에서 완전히 기절했던 날이었으니까..암튼 댄 퍼잡스키를 만나기 위해 한번 들렀던 곳이지만 참 아담하고 조용한 정취가 풍기는 미술관이 토탈 미술관이다.루마니아 출신의이 생소한 아티스트가 그려내는 세계란,어쩌면 애플과 삼성이 탄생한 배경만큼 흥미롭기만 하다.애플로 상징되는 스티브 잡스는 가장 미국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동양철학에 심취했던 인물로 가장 기계적이고 첨단산업의 척도인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인문학을 융합시킨 인물이다.그리고 동양의 조그마한 나라 대한민국의 삼성은 전혀 철학적이지 않은 기술 중심의 사고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대량 생산해 내는 대표적 기업이다.이 사뭇 다른 사상과 철학의 차이는 자연계의 필연인 명멸하는 순환의 법칙에 따라 애플도,삼성도 사라지고는 할 것이다.영원한 건 없으니까,그렇다면 댄 퍼잡스키는 어떤가?우린,혹은 내게는 그의 작품은 길거리에서 만나는 스트릿아트만큼 대단하다던지 빼어남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물론 그의 작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과 위트 넘치는 재기는 발견할 수 있었다.작품을 전시하기 전의 그를 만났을 때 느낀것은 그저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여느 서양인 노동자와 같았다고나 할까?물론 나 자신이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한 예술인이 더 많고 경험 못한 천재의 세계가 있다고해도 어느덧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것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외로운 천재보다는 세상과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수재가 더 좋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들른 토탈 미술관에서 관람뿐만 아니라 저렇게 이쁜 티셔츠와 엽서도 선물로 주었다.감사^^잘입을게요. 토탈 미술관은 지하1층에서 3층으로 나뉘어 있다.
길거리나 담벼락에 그 자신들의 그림을 그리는 스트릿아트와는 달리 댄 퍼잡스키는 낙서와도 같은 자신의 분신을 이렇게 건물 전체 혹은 일부를 하나의 캠퍼스로 활용하였다.처음 들렀을 때에는 달리 어수선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말끔해진 전시회장을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었는데 저번 방문때도 느낀거지만 왜 내가 가면 이리 사람이 없는걸까?내가 사진 찍으러 길을 떠나면 비가 오고 날이 흐리고 식당에 들어가면 있던 손님도 사라지고 뭔가 이상해,이건 하늘의 꼼순가?아니면 역시 머피의 법칙 저주가ㅠㅠ"
암튼 댄 퍼잡스키의 전시회장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것은 단순함이었다.낙서와도 같은 드로잉을 보며 그가 무엇을 말하고 표현하려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소위 예술작품이라하면 뭔가 복잡기괴하거나 감탄을 자아내는 세밀한 표현을 연상하게 되지만 그는 낙서하듯이 공간을 활용하며 세상에 뛰어들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단순함을 말하자니 또 다시 애플사의 아이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가 처음 휴대폰을 만났을때 가장 신기하였던 것은 집에서만 이용할 수 있엇던 전화기의 공간파괴였다.휴대폰은 누구나 일정량의 금액만 지불하면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친구와 수다를 떨 수도 있었고 업무를 볼 수도 있었다.이때의 휴대폰은 소위 벽돌폰이라 불릴만큼 크고 무거웠지만 기능은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용도에 그쳤다.
첫 방문에는 보지 못했던 유리에 가득한 댄 퍼잡스키의 작품들,세살배기가 그려도 더 잘그릴것만 같은 이 어수룩함 ㅎㅎ그럼에도 두고 두고 꼽십을만한 메서지가 드리워져 있다.
다시본문 →그런 벽돌폰에 변화가 도래한다.SF영화처럼 전화기로 영상통화가 가능해졌고 인터넷에 접속하여 웹셔핑도 가능해져 갔다.아이폰이 최초의 스마트폰은 아니다.사실 그런 저런 이유로 아이폰의 존재가치를 깍아 내리는 이들도 있지만 꼭 그래야 할까라는 마음도 든다.아이폰 이전에 PDA와 같이 업무적으로 스마트폰에 가까운 기능들의 폰들이 있었지만 커다란 데스크탑의 컴퓨터 성능을 조그마한 휴대폰에 옮기는건 말처럼 쉬운것은 아니었으며 웬만한 성능의 PDA는 머리를 싸메고 공부해야 했다.40,50대들이 컴퓨터하면 질색하듯 젊은이들조차 복잡한 스마트폰에 질색할 수 밖에 없었다.댄 퍼잡스키의 작품세계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에 깃든 공통분모는 단순함,바로 그것이다.진정한 달변가는 각종 미사여구를 총동원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이가 아니라 단순한 말로 상대를 감동시키는 이가 아닐까?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에는 복잡한 컴퓨터의 성능을 그대로 휴대폰에 구현하면서도(병적일 정도의 완벽성과 함께) 손끝 터치로 쉽게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든 단순함이라 말할 수 있다.전 세계사람들이 아이폰에 열광한 것은 기존 스마트폰이라 표방한 껍떼기들에 대한 통렬한 역습이며 배반이라 말할 수 있다.마치 더 복잡하고 어려워야만 스마트폰의 지존이라도 되는듯이 거들먹거리던 통신사와 제조사에게 "봐라,우리의 스마트폰을,사람들이 쓰기 좋고 편한것이 장땡이다!"라고 말이다.이제 아이폰이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질 방법은 그보다 더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편하면서 더 높은 성능의 구현일 뿐일지도 모른다.아이폰의 성공은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있지만 기계적 성능의 단순함이야말로 스티브 잡스가 통찰하고 깨달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자, 그럼 샛길이 아닌 댄 퍼잡스키로 넘어가볼까
댄 퍼잡스키의 전시장 지하 2층이다.솔직히 정확한 속사정(토탈미술관에서 무상대여한건지 댄 퍼잡스키의 자비인지는)은 알 수 없지만 비지니스 관점으로 보면 정말 이게 돈이 될까?무엇을 소장해야 하지.미술품을 재산으로 여기는 이들에겐 진짜 별볼 일 없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예술 혹은 예술가라하면 기이하거나 천재적이거나,몹시도 형이상학적인 세계로의 진입을 꿈꾸기도 한다.많은 예술가,혹은 시인,화가들을 만나본 건 아니지만 결국 그들도 사람이라는거,이 말의 뜻은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화가나 시인,혹은 소설가들에게 궁극적인 목표,목적은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보여 인정받는 것이다.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말하여도 대부분은 그렇다 본다면 댄 퍼잡스키도 우리나라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해도 유럽같은 서구권에서는 많은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다.그의 작품들을 관람하고 나오며 든 생각의 짜투리 하나를 꺼내어 보자면 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 수 있었지만 저걸로 돈이 될까?라는 속물적 근심이랄까?소설가처럼 활자로 된 책이 나와 자기 만족감과 동시에 인세가 나오는 것도 아니요.화가처럼 그림한폭에 액수가 정해지는 것도 아닌 댄 퍼잡스키의 예술적 활동은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만큼 딱히 물질적인 풍요는 선사했을 것 같지는 않다.그에 따른 여러 효과는 차지하고라도 순수하게 그가 몰두하는 예술적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그러면서 몇해전 읽었던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퍼득 떠올랐다.앞서 예시를 든 애플과 삼성처럼 가장 서구적인 애플은 동양적 사상을 결합하여 아이폰을 탄생시켰으며 삼성은 동양적인 토대위에 가장 서구적인 사고방식(조금은 어폐가 있지만 패쑤~)으로 갤럭시 시리즈를 양산해 냈다.자신의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건물의 전체 혹은 일부를 대여해 자신의 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노력과 열정만으로 가능한 것일까하는 생각과 아무런 욕심(단순히 댄 퍼잡스키의 작업 공간을 보며 느낀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지만)도 없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댄 퍼잡스키가 비록 자신의 나라에서 엘리트 코스를 받아온 인재였고 그가 제시한 예술적 형태가 기존의 틀에 박힌 행위에 대한 이탈이라해도 도리어 내 시야에는 마치 법정 스님의 책을 읽기라도한듯 무소유를 실천해 보이는 듯 했다.무소유란 무엇인가?보통 우리는 무소유라하면 물질적인 것에서 찾는다.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글을 읽는 여러분이나 글쓴이가 무소유의 세계로 빠져든다 가정해본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이리저리 궁리해봐도 물질적인 것에서 먼저 그 스타트를 열 것이다.나를 옥죄는 통신기기로부터의 해방과 삶 전체를 지배하는 화폐로부터의 도피,뭐 대충 이런 것들인데 쉽지도 않지만 여러분이 혹은 글쓴이가 용케 그런 경지로 들어섰다면 그 위치는 어디즈음 있을까?결국에는 문명의 혜택이 가장 적은 두메산골 같은 곳이나 절이 자리잡을 법한 고즈덕한 곳에 잇을지도 모른다.그리고 살아 갈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을 꾸려갈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무소유는 온전하게 발현되지 않았을 것이다.눈과 비를 피할 최소한의 집이라도 있어야 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랠 텃밭이라던지 아기자기한 정원을 꾸밀수도 있다.그것조차 소유이기에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무소유란 말은 온당치가 않다.살아가는 일 자체가 어쩌면 소유를 전제로 한 것이기에,그럼 법정 스님은 공갈을 날린 것일까?
댄 퍼잡스키의 공간은 단순하다.
그의 드로잉에서 무엇을 느끼냐는 전적으로 여러분이 보고 들은 직관에 의지한다
또 다시 본문 → 온전한 깨달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소유란 나 자신의 마음에서 기인된다 느끼기도 하였다.무릇 인간이란 자연에서 오고 자연으로 간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며 내가 살아 생전 1을 가지던 10을 가지던 그것 자체가 내 소유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되돌려 주는 것,세상으로부터 잠시 임대해 온 것이라는 것이다.언제던지 자신이 품고 있던 물질과 영혼의 재산을 세상에 내려 놓는 마음가짐이야말로 무소유의 정신이라는 것,댄 퍼잡스키는 어쩌면 그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어떤이들은 온 재산을 세상에 내넣져 자신의 무소유를 알게 모르게 실천하지만 어떤 이들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대대손손 영화를 누리려 한다.물론 모든 이가 무소유를 실천할 수도 없고 그러기에 무소유의 정신을 지닌채 세상속에 자신의 물질적 가치나 정신적 가치를 내려 놓는 이들이 존경받고 사랑받는 것이다.읽은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부처님 말씀 중에 "무상고무아"라는 말씀이 있었다.소유하는 게 없다는 뜻이 아니라 소유한다라는 나조차 없음이라는 말이었다.젊을적에야 이 말의 깊은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세월이 점차 흐르니 어렴풋이 보이기는 한다.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잠시 잠깐의 깨달음이 아니라 행동하는 실천력이라 말할 수 있다.댄 퍼잡스키가 벽이며 유리창에 휘갈긴 낙서와도 같은 드로잉에서 그의 치열한 예술혼과 삶의 가치를 대하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영혼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으며 다시금 무소유라는 정신 세계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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