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는 의사에서 혁명가가 된 사나이 체 게바라의 청춘을 읽고 만지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주연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한 사나이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을 담은 실화 영화입니다. 세상에 이름을 남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던 인물들을 들여다볼 때 그들의 젊은 시절을 들여다보지 않고서 그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2004년 개봉한 영화지만 2015년 재개봉하기도 했습니다. 세기의 혁명가로 추앙받는 인물 체 게바라에 대한 젊은 시절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23살 평범하지만 안락하고 편안한 노후가 보장되는 의사라는삶을 뒤로하고 혁명가의 길을 살다 간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 남미대륙을 횡단하는 여행기이기도 합니다. 시티 오브 갓, 사자굴, 인권에 관한 이야기, 온 더 로드를 연출한 월터 살레스 감독의 연출작으로 미국과 영국, 독일 합작품이기도 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서 에르네스토 게바라 역에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함께 여행을 떠난 생화학도이자 마음에 맞는 단짝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 역에는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셀리아 역에 미아 마에스트로 등이 출연했습니다.
체 게바라는 낡고 오래된 포데로사라는 이름의 모터싸이클 한대에 몸을 싣고 4개월 120일간 남미대륙을 친구 알베르토와 횡단하는 여행을 떠납니다. 체 게바라와 알베르토는 안데스 산맥을 가로질러 칠레 해안을 따라 사막을 건넌 후 아마존으로 뛰어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천식을 앓고 있는 젊은 날의 체 게바라는 보통 푸세라고 풀리기도 했는데 젊은 날 라틴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만은 누구보다 드높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늘 높고 만만치 않더라는 사실, 당찬 각오로 이들의 여행은 시작됐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가 않았는데 하나밖에 없는 텐트가 태풍에 날아가고 칠레에서는 정비사의 아내에게 추근댔다는 오해를 받아 쫓겨나기에 이르며 유일한 이동 수단인 모터사이클마저 소떼와 부딪쳐 완전히 망가지면서 체 게바라와 알베르토의 무모한 여행은 점점 고난 속으로 빠져듭니다. 결국 푸세와 알베르토는 모터싸이클 대신 걸어서 여행을 계속하는데 페루의 잉카 유적을 거쳐 정치적 이념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몰리는 추끼까마따 광산에 이르기까지 둘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 하나하나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알고 있던 현실과는 다른 세상의 불합리함과 부조리함 속에 분노와 자신들의 무능력을 동시에 느끼기도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인간적인 지도자로 추앙받는 세기의 우상 체 게바라의 청춘 역시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며 느끼고 분노하는 감정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행동하는 지성과 그렇지 않은 지성의 차이는 큰 차이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남미대륙 여행 중 의대생이던 체 게바라는 나병을 치료하고자 라틴 아메리카 최대의 나환자촌 산 빠블로에 머무르면서 나병은 피부로 전염되는 병이 아니라 장갑을 끼지 않은 채 환자들과 악수하고 가깝게 어울리는 체 게바라, 단순히 의학적 지식의 실천일 수도 있지만 그런 체 게바라의 행동은 금지된 행동을 하면서 순수하고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며 나환자촌 산빠블로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감동시키기에 이릅니다. 또한 젊은 날의 푸세 체 게바라 자신 역시 마음속에서 빛나는 의지와 희망을 느끼기에 이릅니다.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세기의 인물이자 위대한 혁명가 체 게바라의 청춘시절을 다루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역으로 체 게바라에 대해 아예 관심도 없다면 지루하고 루스 한 전개 방식으로 맘에 안 들 수도 있습니다만 영화 자체의 매력만으로 평가해도 그다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기승전결의 팽팽한 스토리가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는 분명 없다는 것입니다. 마치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때문에 124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체 게바라의 젊은 날 푸세를 연기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체 게바라의 젊은 날이 마치 그러하듯이 라틴적이면서 거칠고 어린, 천식으로 고생하면서 동시에 럭비 선수이기도 했던 푸세의 부 조화스러운 젊은 날을 아주 매력 있게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낡고 낡은 포데로사라는 모터싸이클 하나에 의지해 남미대륙을 여행하려는 돈키호테식 무모하고 치기 어린 체 게바라의 모험심은 예전의 누구에게도 있던 치기 어림임을 알기에 비웃을 수 없는 존경심이 절로 들기도 했습니다. 실천하는 자들과 생각에 머무는 이들의 차이랄까, 마지막으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서는 남미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펼쳐집니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보여주는 험난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신비스러운 분위기는 그 광활하고 열정적이면서 야성과 야만의 대륙에 대한 두려움과 모험심을 동시에 자극하기도 합니다. 체 게바라의 젊은 날을 동경하다가도 언젠가는 남미 대륙을 체 게바라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기를 바람 하게 되었던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굉음과 구스타보 산타올라야 작곡 De Ushuaia a la Quiaca의 선율이 아직도 귀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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