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 레저,크리스천 베일 주연 영화 다크 나이트/
빌런의 정의를 재정립하다
정의를 수호하는 이름 배트맨 혹은 크리스찬 베일, 악의 대명사 조커 혹은 히스 레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영화 다크나이트는 히어로 무비의 역사에 독특한 이정표를 찍은 작품입니다. 이미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하고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으로 분했던 배트맨 1,2를 비롯하여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 3편 배트맨 포에버(발 킬머가 배트맨 역할을 맡음)와 배트맨 4 배트맨과 로빈 등 시리즈로 이미 배트맨의 이미지는 고착화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배트맨이 다크나이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제작된다고 했을 때 할리우드의 영웅 우려먹기에 좀 질린 상태였던지라 크게 보고 싶지 않은 영화들 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메멘토와 인썸니아, 배트맨 비긴즈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았지만 배트맨 시리즈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했기 때문에 그다지 끌리는 영화는 솔직히 아니었다는 것이 당시의 제 기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위 악역이라 일컬어지는 빌런의 존재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인공 역시 빛을 발합니다. 현재 개봉 중인 스파이더맨 홈커밍 속에서의 빌런 벌처의 마이클 키튼의 연기가 빛나는 만큼 스파이더맨 역시 빛을 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는 그런 현상이 역전됩니다. 히스 레저가 맡은 조커라는 빌런이 빛날수록 메인 주인공인 배트맨과 크리스천 베일의 빛은 옅어질 뿐이었습니다. 다크나이트 속 배트맨은 기존의 배트맨처럼 빛나거나 찬사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고독하고 외로우며 범죄인들보다 더 깊은 어둠 속에 갇혀있는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선과 악 배트맨과 조커 그리고 모호한 경계선상 하비 덴트
뚜렷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은 사실 연기면에서 어쩌면 방향성을 잡기가 그나마 수월할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살해로 인해 악에 대한 편집증적인 증오를 품고 사는 브루스 웨인/배트맨이나 절대 악의 화신 조커는 그야말로 영화 속에서 양대 축으로 극을 이끌어나가는 주요한 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그려주는 인물이 등장해주니 그가 바로 하비 덴트입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속 공리주의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정의란 것은 선택의 모호한 기준에서 갈리기도 하는데 하비 덴트가 바로 그 선악의 모호한 기준선에 가장 잘 표현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당신이 시속 100km의 열차를 운전 중인 기관사인데 철로 앞에 3명의 사람이 보인다. 열차의 급브레이크를 사용해도 3명의 생명을 보장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다른 철로로 열차의 궤적을 이동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적에서 그 이동 철로에는 1명의 사람이 보인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사실 이러한 연속적인 일들이 흔치는 않겠지만 그 어떠한 경우에도 선택은 최선이 될 수는 없으며 결국 차선의 선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3명의 생명을 구한다면 그 3명에게는 둘도 없는 생명의 은인이자 정의로운 사람이 되겠지만 1명의 희생을 담보로 한 선택이기 때문에 그 선택을 한 당사자와 1명의 희생자 가족들은 비난까지는 할 수 없다 하여도 기관사의 선택에 깊은 원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에게 정의란 것은 추상적이며 영화 속에서 극명하게 갈리는 경계 속의 정의는 사실 현실 속에서는 이분법적인 이데올로기로 편향된 시각을 낳으며 사회를 분열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배트맨이 처단하는 정의의 이름으로라는 진실에는 배트맨 개인적인 원한과 악이라고 불리는 존재에 대한 지독한 증오가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마블의 아이언맨과 더불어 최고의 갑부인 브루스 웨인의 배트맨은 영화 속에서 각종 최첨단 무기들을 선보여주며 배트맨 마니아들을 홀리기도 했는데 육체적으로 초인간이 아닌 훈련에 의한 강함을 가지게 된 배트맨은 최첨단 배트맨 도구들과 배트카나 배트 윙, 배트포드 등이 영화 적 재미를 선사하며 배트맨의 모순된 정의에 도취했을 뿐입니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아닌 인간들의 전쟁 다크나이트
조커는 극단적일 만큼 위험을 즐길 뿐 인간이며 사람일 뿐입니다. 영화 다크나이트 오프닝에서 조커는 은행 강도들과 공모하여 은행을 텁니다. 물론 조커의 일당이라고 불릴 존재들이 아닌, 은행을 터는데 있어 필요한 각 분야의 전문가 범죄자들이었으며 서로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물고 뜯으며 죽일 수 있는, 은행털이를 위한 아주 잠깐의 공조일 뿐입니다. 조커는 게임을 즐기며 자신이 짠 계획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순간을 맞기도 하지만 그만큼 조커가 단순한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철저하고 영리한 악당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그만큼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배트맨 역시 초반에 개에게 물린 곳을 궤메는 모습을 보여주며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슈퍼맨을 압살 하던 능력자가 아닌, 개에게 물린 상처조차 자가 치유할 수 없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배트맨을 보호하는 배트맨의 갑옷들은 사실, 경찰이 범죄자 현장에 뛰어들 때 방탄복을 착용하지만 총탄에 즉사의 위험을 최소화할 뿐 상처 입고 피멍 들며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배트맨의 갑옷이 비록 총과 칼을 막아주는 등 영화적 설정상 무적의 갑옷으로 비치지만 다크 나이트에서는 그 정도까지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며 배트맨 역시 상처 입고 온몸에 피멍이 맺히는 상처를 애써 참아가며 조커를 비롯한 고담 시의 악당들과 사투를 벌이는 히어로 이전에 인간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그와 대적하는 조커 역시 눈에서 레이저 빔을 쏘고 첨단 과학장비로 무장하여 막강한 힘을 보여주는 여타의 히어로물의 빌런들과는 달리 괴력도, 재생능력 하나 없는 평범한 인간인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커는 온 고담 시를 공포로 물들이고 배트맨을 몰아붙이는 최악이자 최고의 빌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다크 나이트에서의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는 여타 배트맨에서 조커 연기를 펼친 잭 니콜슨보다 한수 위였다고 여겨집니다. 희화화된 잭 니콜슨의 조커 연기에 비해 히스 레저의 조커는 그야말로 미치광이 범죄자 그 이상을 보여주는데 세계 정복이라는 거창한 목적의식 같은 것 하나 없이 자신의 순수한 욕망과 괘락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파괴를 일삼는다는 것입니다. 잭 니콜슨의 조커는 어떤 면에서는 익살스러우면서 배트맨을 빛내기 위한 빌런으로써 존재하며 그 역할 자체에 한계점을 안기지만 히스 레저의 조커는 알프레드(마이클 케인 분)의 설명에서도 나오듯이 오로지 괘락을 위해 미친 자라는 설명이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히스 레저의 조커는 괘락을 위한 살인뿐 아니라 인간 내면에 숨겨진 본능적인 본성을 끄집어내 그것을 관찰하며 즐기는 악마적 본성에 충실한 영화 속 조커가 아닌 현실 속 조커를 히스 레저는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는 것입니다. 히스 레저의 유작이 되어버린 다크 나이트는 그러나 히어로를 빛내는 존재로서만 빛나던 빌런의 정의를 재정립하며 전 세계에 히스 레저라는 배우의 이름과 그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조커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커와 같은 사이코패스가 살인을 하고 즐기는 것은 어떠한 목적이나 목표에 기인했다기보다는
살인을 하는 과정이나 행위에 대한 과정을 즐기며 지켜보는 과정을 즐긴다고 할 수 있다.
개미나 파리와도 같은 곤충의 팔다리를 자르고 꺾으며 결국엔 죽이는 어린아이들의 행위는
죽음에 대한 죄책감보다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가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 詩폐라뮤지엄 > 詩폐라뮤지엄-영화 인사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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